책을 읽다/단편소설

(37) 미애 _김혜진

우아한책장 2022. 7. 1. 23:00
반응형

2022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1. 작가소개: 김혜진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장편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이 있다. 중앙장편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 대산문학상, 2021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2. 등장인물

 

- 미애: 이혼 후 곤궁한 상태에서 홀로 여섯 살 난 딸 해민을 양육한다.

- 선우(세아엄마): 미애를 동정하여 해민을 돌보아 주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나, 내심 여러 가지 불만을 쌓아가던 중 아이들이 허락 없이 집을 나가 놀았던 사건을 계기로 미애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한다.

- 독서모임 멤버(재연, 이찬, 규민 엄마):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욕구가 있으나, 미애를 시혜적 관점으로 대할 뿐 동등한 입장에 놓지는 않음. 선우의 약자(미애)에 대한 편견을 이유로 모임에서 탈퇴시킨다.

- 권실장: 대부업자, 채무자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공개된 장소에서 채무자의 자존감을 깎을 요구를 스스럼 없이 한다.

- 미애의 엄마, 언니: 가족이되 의지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3.  줄거리 

 

친구의 임대아파트를 빌려 3달간 거주하게 된 미애는 자신이 당장의 생계 문제와 딸 해민의 양육 사이에서 고민하다, 아파트 단지 내 독서모임에 가입하기로 결심한다. 독서모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자신을 쉽사리 내치지 않을 것을 간파한 뒤로 아이를 맡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선우에게 접근해 동정심을 유발한다. 선우 가족에게 약자를 배려한다는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그 대가로 각종 도움을 받지만, 이 대가관계는 오래 가지 않아 깨지고 만다.

 

4. 감상평

 

"그들에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을 지켜나갈 여유가 있었다."라고 표현되는 부분에서 알 수 있 듯이 엄마들은 그들이 가진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뒷받침할 '사회적 얼굴'을 갖고자 노력하는 집단이다. 

엄마들은 그들이 되고자 했던 '좋은 사람'이 되고 미애는 자신이 필요로 했던 '지원을 받는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목적'에서 비롯된 관계는 그 실익이 사라질때 깨지고 마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던 선우가 모임에서 배재되었다는 것을 알게된 미애는 오히려 화를 내며 그러한 행동이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선우언니 내보내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어요? 고마워할줄 알았어요? 그게 나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p215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떻게든 절박함 속에서 삶을 살아가려는 누군가의 희망과 좌절, 그리고 포기할 수 없음을 보았다. 동정을 댓가로 받는 선의라도 의도적으로 이용할 준비가 된 미애는 정서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지원 받을 수 없는 가족과 사회적 멸시 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하고자 분투한다. 모든 것이 막막해지는 그 순간에도 세아에게 카드를 쓰려고 같이 아이의 손을 잡고 마트로 향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포기할 수 없는 가느다란 희망 같은 것을 보았다. 작가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순간에도 막막하지만 발을 내딪는 '순간'의 변화 그리고 희망에 관한 서사를 미애라는 인물을 통해서 잘 보여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