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34) 한밤에 두고 온 것_ 김병운

우아한책장 2021. 2. 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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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현대문학상 수상집

 

1. 작가소개: 김병운 작가

 

1986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4년 작가세계 신안상에 단편소설 메르쿠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에세이집 아무튼, 방콕과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가 있다.

 

 

2. 등장인물

 

(김대훈) : 그리 유명하지 않은 배우. 희곡 수업 강사로 참여한 적 있으며 현재 윤수희 감독의 작품에 참여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김유진: ‘의 친구로 에게 퀴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눠달라고 말하는 인물. ‘와 마찬가지로 영화계에 종사 중이다.

윤수희: 소수자를 다룬 데뷔작으로 유명해진 감독. 헤테로지만 소수자에 관심이 많고 더 많이 배운 뒤 그러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한다.

안부현: ‘에게 희곡수업을 들었던 중년 여성으로 수업 중에 퀴어를 대상화하는 다른 사람의 발언으로 다툼이 일었던 적이 있다. 어느 날, ‘에게 자신의 아들인 척 연기해줄 수 있느냐고 연락한다.

 

3. 줄거리

 

영화배우인 는 윤수희의 차기작에 출연할지 고심한다. 영화계에서 소수자성을 잘 표현한 윤수희지만, 퀴어인 가 보기에는 윤수희의 시선이 달갑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김유진의 소개로 강의했던 수업의 학생인 안부현이 에게 연락을 취해 하루만 자신의 아들인 척 연기해줄 수 있냐고 묻는다. 그때 는 안부현의 친구 순영에 관해 듣는다.

 

 

4. 토론거리

 

1) 저는 이 소설이 크게 보면 대상화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는 퀴어지만 퀴어를 다루는 윤수희의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왜 항상 퀴어의 정체성 찾기를 성장의 도구로 이용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 것이 퀴어를 알지 못하고 마음대로 쓰는 대상화 같다고 여깁니다. 그런 에게 친구인 김유진이 그러면 윤수희나 자신 같은 헤테로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지만 는 이마저도 달갑지 않습니다. 88쪽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데, 퀴어를 마음대로 다루는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차게 망해봐야라는 말을 통해서 헤테로인 사람이 퀴어에 대해 쓰면서 유명세를 얻는 상황에 불만을 품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어쩐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는 조금은 신격화(?)하는 듯 보입니다. 신격화 역시 또 다른 형태의 대상화지요. 이 소설의 매력적인 지점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퀴어인 , 그러니까 대상화로 고통받았던 내가, 어느 순간에는 좋은(?) 대상화에 편승한다는 점입니다. ‘는 희곡수업에 김유진과 다르게 오스카와일드 작품을 가져가서 퀴어인 내가 이 정도는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까 짚었던 그 부분에서도 헤테로가 퀴어에 대해 쓰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가 헤테로는 퀴어를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퀴어는 특별하다, 의 느낌이랄까요. 그러면서 도 결국 다른 이들을 대상화한 형태로 바라봅니다. 헤테로는 몰라, 헤테로는 퀴어 서사를 쓰면 안돼, 의 형태로요. 하지만 장애인 서사는 비장애인이 흑인 서사는 비흑인이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87쪽에 나오는 것처럼, ‘는 당사자성에 대해서 당사자만 써야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어쩐지 자신의 영역에서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저는 모순적인 심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자신이 모순된 지점을 깨닫고 결국엔 윤소희에게 솔직하게 자신을 오픈하고 서로를 대상화하지 않고 알아가면서 협력하려는 자세를 얻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제목인 한밤에 두고 온 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모순된 지점과 내가 행했던 그러니까 나 편하자고 했던 이전의 대상화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소설의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 저는 사실 이 소설의 구성은 굉장히 평이하고 심지어는 신파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희곡수업이라는 서브 플롯 자체가, 또 안부현이라는 인물의 과거와 현재가 의 성장을 위해서 작위적으로 쓰였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숙영이 중간에 식당에 오지 않고, 또 나중에 오는 부분이 예측 가능하고(안부현이 퀴어라는 것은 몰랐지만요!) 조금 간지러운(?) 부분이기도 했지만 꽤나 이 소설과는 어울리는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숙영이 식당에 오지 않다가 오는 지점이랄지, 술에 취해 윤수희가 아니라 김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던 장면 등이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ㅋㅋ

저는 이 소설이 인물의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여겼습니다.(날카롭다고 말하기엔 조금 어려운 지점이 있지만 대충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감정의 문장들도 되게 선명하게 다가오긴 했습니다.) 소수자인 내가, 그러니까 세계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있다고 믿었던 내가 희곡수업이라는 세계에 철저히 복무(89)하고, 심지어는 퀴어를 대상화하는 발언(“가뜩이나 남들과 달라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어째서 그런 끔찍한 병까지”)에는 또 숨어버리기도 합니다. 소수자라면 왠지 다 목소리를 낼 것 같은 지점을 뒤집는 부분이랄까요. 심지어 는 자신이 그런 사람임을 가감없이 아주 쿨하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또 멋있게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죠. 저는 이런 화자의 목소리가 신파적인 구성을 신파적으로 풀어내지 않을 수 있게 해주었다고 보았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소설의 구성과 인물의 목소리에 대해서 어떻게 읽으셨나요?

 

 

3)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아주 멋있다고 생각한 인물은, 그러니까 마음이 더 쏠렸던 인물은 어쩐지 안부현가 아닌 김유진이었습니다. 김유진이야말로 멋있는 형태의 대상화든 연민의 형태의 대상화든에서 자유로운 인물처럼 보였습니다. 이를테면 그러니까 네가 말해주면 되잖아같은 부분이나 너는 잘 알고 그 언니는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니까 알려주면 되잖아. 그럼 아무렇게는 안 쓸 거잖아.” 같은 부분을 통해서 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배움이야말로 우리가 가져야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솔직하게 배우려는 김유진이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역시도 꽤나 자기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지만요.

인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안부현에 대해서도 조금 더 적어 보려 합니다. ‘안부현이 사실 아들이 있다고 말했던 부분과 곱창가게를 리모델링한 부분도 어쩌면 자신을 숙영으로부터 감추려고 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가 나 편할 때는 세계 뒤에 숨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안부현은 아마 거의 처음으로 퀴어인 에게 사실 자신이 숙영의 애정으로부터 피했음을 언급하면서 비로소 대상화로 말할 수 있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에 대해서 더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런 지점에서 역시 자신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소통하기 위해서 김유진 혹은 윤수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인물들을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4) 개인적으로 좋았던 지점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마지막 페이지인 104쪽에서 가 안부현과 숙영이 함께 있는 지점이 한영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에게 입증하고 싶어합니다. 저는 이 문장도 환영에 가까운 대상화에서 벗어나서 정말로 그들을 알고 싶다는 의미처럼 보여서 너무 좋게 보았습니다.

또 다른 점은 102쪽에 있는 부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당사자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다룰 수 있을 것인가 소설에서 혹은 영화에서 그러니까 서사 장르에서 대상화를 어떻게 피하고 정말 생생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곤 하는데, 이 질문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느껴졌던 문장이 이 페이지에 있었습니다. “그 언니는 욕심이 어마어마하다고.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고, 그런 언니를 볼 때마다 나는 어쩌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자꾸 기대하게 된다고.”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사실 서사라는 장르가 타인을 더 알기 위해서 발달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대상화나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소통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금 느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소설의 어느 부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