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31) 우루의 딸 우루_배수아

우아한책장 2021. 1. 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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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소개: 배수아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공무원 생활을 했으며, 1993년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2001년 직장을 그만두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본격적으로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지은 책으로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바람인형》 《심야통신》 《그 사람의 첫사랑》 《과 장편소설 부주의한 사랑》 《철수》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이바나》 《동물원 킨트》 《독학자》 《당나귀들시집 만일 당신이 사랑을 만나면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등이 있다. 최근작으로는 소설집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가 있다.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는 낭송극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중편소설이다. 3부로 구성된 소설 속에서 여러 인물이 한 명의 인물로, 여러 시간대가 하나의 시간으로 향한다.

 

2. 줄거리

 

우루와 우루가 이루고 있는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분절되어 서술된다. 우루는 산책을 하고, 어머니라고 짐작되는 사진을 보고,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에게 어머니와 관련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듣는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요리를 하는 동안에는 라디오에서 기이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 이야기들은 묘하게 연결되며 우루와 그의 어머니, 존재의 본질을 궁금하게 만든다.

 

3. 반복되고 연결되는 이야기들

반복되고 연결되는 이야기

내용

본다

-우루는 보는 눈이다. 단지 옆으로 흐르듯 보이는 것을 볼 뿐이다.

-최초의 여인을 보는 우루.

-우루가 보는 것은 어떤 장면이기도 하다.

-화가란 마치 개처럼 사물을 보아야 한다. 가만히 그리고 동시에 거의 외면하면서.

-바닷가에서 우루는 본다. _마지막에 우루가 보는 것은 사진 속 모습일까? 우루 자신일까?

 

최초, 시작

최초의 여인

-우루는 끊임없이 보는데, 그녀가 보는 것은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는 최초의 여인이다.

최초의 여인은 매번 모습을 바꾸며 나타나 우루의 앞을 지나쳐간다.

-내 안에서 최초의 여인을 느끼는 순간, 내 안에서 최초의 여인이 고요히 타기 시작하는 발화의 순간, 불현듯 내가 누군가의 유령이라는 강한 느낌과 함께, 그것이야말로 내 존재의 유일한 근거이며 이유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기차에서 마주친 춤과 같은 인상을 주던 여인._모습을 바꾼 최초의 여인일까?

최초의 기억

-초경의 기억과 함께 나오는 부모의 죽음._최초와 최후가 함께 서술되는 방식

게릴라 공연

-우루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하게 될 공연(코요테 이야기)_잠시 뒤 우루는 일어서서, 아마도 그녀가 곧, 오늘 저녁이나 늦어도 내일 새벽까지는 쓰게 될지도 모르는 글을, 그래서 무대의 조명이 꺼진 암흑 속에서 오직 목소리로만 흘러나오게 될 모놀로그를, 오직 즉흥적으로 낭송하기 시작했다.”

우루와 우루

-죽은 것 같았던 남자에게 물을 주는 우루, 남자가 죽은 우루에게 주던 물

-같은 이름. 마치 코요테와 코요테 우리 속에 들어갔던 남자처럼.

-최초의 여인과 최초의 기억 속에 삽입된 문장_ 우루의 손님은 말했다. “나는 당신의 미래를 알아요.”

죽음과 사라짐

죽음

-우루는 그 번갯불 속에 자신의 집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고향의 뒤편 하늘에서는 번개가 번쩍이며, 아버지도 어머니도 죽었다고 했으므로

-코요테 우리에서 죽은 코요테와 이름이 같은 남자.

-극 중 네크로필리아인 연인을 위해 시체인 척 흉내를 내던 우루의 죽음.

-개들의 검은 실루엣이 움직일 때마다 그것들을 둘러싼 무수한 검은 수면들이 파열하면서 빛을 입은 투명한 어둠의 파편들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춤인데, 춤추는 것은 막 육체에서 이탈하는 중인 개의 영혼이었고, 개의 순간, 개의 죽음이었다.

게릴라 공연

-관객을 모으기 어려워 사라진 공연_ ”그렇게 게릴라 공연은 세상의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소문도 없이 말라 죽어간 거죠.“

 

 

4. 토론

 

소설 속 각각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하면서도 매력적으로 읽혔는데, 모두 어떤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읽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어떻게 해석하셨는지도 함께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어머니가 죽었다 내 기원의 징후가 사라졌다!”는 누가 한 말이고, 소설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마치 깨진 층처럼 이야기와 인물이 모호하게 섞여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런 장치들이 주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최초의 여인’ ‘도래할 어머니라는 표현이 신화를 연상시킵니다. 이 소설에서 여성은 어떤 의미로 쓰인 걸까요?

저는 코요테와 남자’ ‘게릴라 연극’ ‘사진등 각각의 소재와 서술 방식에서 연극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리하는 장면까지도 소설 속에 관객이 있는 듯 보여지기 위해쓰여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장면과 구성, 묘사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소설 속 등장인물의 감정을 알 수 없고, 독자가 짐작할 수밖에 없어 소설이 더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 역시 세계 속의 사물에 불과하다.”라고 배수아 소설을 이야기한 강지희의 해설처럼요. 인간을 바라보는 이런 시각의 소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참고자료

꿈과 음악. 이 두 가지만으로도 배수아의 북쪽거실이후의 작품들에 대해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서사들은 요약되지 않고 끝없이 흩어지며 날아오른다. 사소한 특성이 반복해서 겹쳐지는 인물과 사건들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무언가에 불가항력적으로 붙들려 있는 꿈의 구조를 상기시킨다. 불쑥 튀어나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미래를 선취하고 있는 주술 같은 말들은 반복 속에서 리듬을 만들어내며 음악을 향해간다.

배수아는 한 인간을 구성하는 고유한 욕망과 내면 구조를 떠나, 인간 역시 세계 속의 사물에 불과하다는 건조한 진실을 직시하려 한다. 그것은 극도의 수동성,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소멸되어 가는 인간의 운명에 가닿은 것이다. 이는 말과 관념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을 통해서만 가까스로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배수아의 소설은 거리를 두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며 통과하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삶의 일부가 해체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유령으로서의 내 얼굴을 마주하고 매우 고요하고 정적인 경악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 강지희 해설, <뱀과 물 (2017)> "영원한 샤먼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