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33) 가속도의 궤도_정이현

우아한책장 2021. 2. 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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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소개: 정이현

 

2002년 소설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데뷔 2002년 제1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 등단.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2004년에 이효석문학상을 수상. 단편삼풍백화점으로 2006년 현대문학상을 수상. 2006년 조선일보에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연재. 2007오늘의 거짓말,풍선,작별,정이현 산문집 세트(2)펴냈고, 2009너는 모른다를 통해 솔직담백하게 표출된 21세기 도시 남녀의 삶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 속도감 있는 전개, 젊은 도시인들의 생활코드와 감성을 적재적소에 포진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주목받음.

 

2. 등장인물

 

소진: 과거 기욱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한 일로 트라우마가 있는 삶을 산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강의를 하고 윤과 현재 사귀는 사이다.

기욱: 대학생시절 소진과 사귀다 헤어진 이후로 소진에게 약을 사용해서 성폭행을 저지르고 그 뒤로도 집착적인 행동을 보인다. 현재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 소진의 학원에서 일하는 강사이자 소진의 애인. 소진이 댓글로 괴로워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운전면허 강사: 소진이 대학생 시절 운전면허 학원 강사로 일한다. 성희롱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해서 소진과 기욱이 헤어지는 결정적 이유를 제공한다.

 

3. 줄거리

 

소진은 출근하는 길에 급발진을 경험한다. 과거 대학생 시절 운전면허 학원에서 만난 강사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기욱과 헤어진다. 기욱은 소진이 만나주지 않자 화를 내고 집착하며 대학에 안 좋은 소문을 퍼뜨려 소진은 휴학하고 대학을 떠나 기욱으로부터 도망친 삶을 산다. 현재 학원을 운영하는 소진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라온 악성 댓글로 기욱을 떠올리고 그를 찾아내 그갸 운영하는 태권도장 홈페이지에 참아온 말을 남긴다.

 

4. 토론 거리

 

1) 소진이 겪은 급발진과 데이트폭력의 유사성에 대해서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이라는 소재 자체는 흔하지만, 그 이야기 전면에 급발진을 둠으로써 저는 이 이야기가 다소나마 전형성을 피했다고 생각합니다. 통제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두려움과 공포가 스키드마크처럼 뚜렷한 내적 상처의 흔적을 남기고 어떤 폭력에 놓인 우리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처럼 지치고 힘든 자신을 보호해주던 차 안의 공간이 통제불능의 두려움의 공간으로 변화해버리죠. 하지만 다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는 환경미화원의 말처럼 적당한 순간 멈추고 나면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는 대수롭지 않게 다뤄지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가속도의 궤도는 소진이 받은 상처의 흔적처럼 느껴졌는데요... 그래서 너무 직설적이기도 한 제목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2) 소진과 기욱의 캐릭터에 대해서

 

이 작품을 저는 재미있게 빠르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너무 전형적이라서 두 번 읽을 때는 오히려 파보는 재미가 없어서 흥미가 다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중에 가장 문제가 너무 전형적인 소진과 기욱의 캐릭터 때문이 아닌가 싶었어요. 하다못해 윤까지도.. 이 이야기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너무 뻔하게 설정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소진은 운전 강사나 기욱이 자신에게 부당한 언행을 할 때마다 우선적으로 자신의 잘못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자책하거나 걱정합니다. 기욱은... 뭐 그냥 너무 전형적인 찌질이 모습이고, 윤도 소진을 대하는 모습이 너무 가볍기만 해서, 연애에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 이런 사람과 연애를 또 시작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3) 기욱의 학원 SNS에 글을 남기는 소진의 행동에 대해서

 

숨어버린 소진의 삶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던 순간을 지키고 싶은 그녀의 소망은 너무 잘 표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야기 흐름에서 눈에 띈 것이, 학원 학생의 소행으로 밝혀진 블로그의 악성 댓글을 보며 기욱을 떠올리고 결국 기욱이 운영하는 태권도장 홈페이지를 찾아내 그간 못했던 말을 적어둡니다. 물론,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정정당당하게 앞에 나와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부분에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식으로 자신이 묻어두었던 타인의 치부를 공개적인 장소에 노출하는 이 에피소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조금 난감했어요. 이걸 부정적 시선으로 보고 쓰신건지 아니면 이걸 과거의 트라우마 해소로 보아야 하는지. 개인적으로는 이 또한 마녀사냥을 불러오는 문제적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꺼림직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나 또한 쉽게 누군가를 가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