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22) 철의 사랑_김숨

우아한책장 2021. 1. 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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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소개: 김숨

 

 

1974년 울산 출생.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등단했다. 을 포함한 여러 장편 소설과 국수등의 많은 단편집을 출간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2. 줄거리

 

조선소에서 화기 감시자로 일하는 는 용접공 최 씨와 짝이 되었다. 짝이 되고 늘 그랬듯 불티가 튀는 일이 없나 주위를 살피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면서 철배 내부, 특히 철상자 내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엔진실이 될 철상자에서 다른 노동자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3. 등장인물

 

- : 화기 감시자로 화기 감시자 중 나이가 제일 많다. 다른 지역에 살다가 스물세 살이던 는 남편을 따라 조선소가 있는 지역에 이사 왔다.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남편이 잔업을 마치고 조선소를 걸어 나오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은 조선소에서 일하다 죽은 게 아니어서 보상금은커녕 산재신청도 할 수 없었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는 아들과 먹고살기 위해 식당에서 그릇을 닦았다.

 

- 최 씨: 용접공으로 퉁명스럽고 작업반장에게도 고분고분하지 않은 사람. 대신 일을 빠르게 해치운다. 예전에 자신의 짝이던 화기 감시자를 철상자에 두고 나와, 화기 감시자가 죽은 사건이 있다. 6년 전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내고, 수술비와 입원비 등의 빚을 갚고 있다.

 

 

4. 토론거리

 

1) 이 소설은 묘사에 특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 얻는 효과와 반감되는 효과가 무엇이었을까요?

 

- 묘사는, 특히 이 소설에서처럼 한 공간을 집요하게 묘사하고 보여주는 묘사는 상징하는 바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철배, 철상자 등의 공간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혹은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대신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가지만 그럼에도 일을 해야만 하고, 누군가를 챙길 수 없이 나에게만 집중하며 일해야하는 공간이고요. 김숨 작가 특유의 촘촘한 묘사로 실제 철상자 안에서 근무하는 것만 같은 체험을 한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공간 묘사에만 치중해서 인물들이 다소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았나라는 의문점이남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사회의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 주목적인 듯 여겨져서 인물에 크게 방점이 찍히지는 않은 듯하지만, 그럼에도 반장이 날 그의 짝으로 고른 건 내가 화기 감시자들 중 가장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1p)’ 등의 주인공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들이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2) 이 소설의 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2쪽을 보면 내가 최 씨에게 책임을 지우려 드는 건, 그녀의 죽음이 그저 그녀 자신의 책임만은 아닐 거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어서다. 진실은 뭘까. 나는 때때로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 만큼 나이를 먹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기도 하다는 걸. 순간적인 진실도 있다는 걸. 그리고 진실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그래도 나는 종종 진실이 알고 싶을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렇다. 그녀의 죽음은 누구 탓일까?’라는 문단이 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최근에 있었던 여러 노동자들의 죽음과 연관 지어서 읽었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을 단순히 그 위의 직책에 있는 사람의 책임이라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제게는 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 소설에서 화기 감시자의 죽음은 최 씨의 문제인가. 최 씨도 작업반장에게 받은 할당량을 해내기 위해 바쁜데. 그리고 철상자는 너무 어둡고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힘든데. 그럼 최 씨의 상사인 작업반장의 문제인가. 작업반장도 철배를 기간 내에 제작하기 위해서 여러 하루살이 노동자를 고용해야만 하는 현실에 놓인 것인데 등등. 또 안전벨트나 우산 등을 착용할 수 없는 현장 상황 등도 고려해야겠지요.

이런 것을 반영하여 소설 내에 7쪽에 신과 관련된 언급이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했습니다. ‘신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건 간밤에 죽은 저 인간을 천국과 지옥 중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야.’ 같은 부분을 통해 과연 이런 죽음의 문제가 노동자 사이에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소설이 묻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것이 가족에게 대물림되고,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피어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지점도 건드린다고 생각했습니다.

 

 

3) 소설 속에서 에 대해서 집요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엔 이 무엇을 상징한다고 보셨나요?

 

- 7쪽을 보면 순수한 달은 흰색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달은 스스로는 색을 낼 수 없다며, 달이 띠는 색은 태양이 반사된 빛이라고, 그래서 달 색깔이 수시로 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흰색에 대한 또 다른 언급은 17, 18쪽에 나옵니다. 정자언니가 아름다운 새에 대해서 말하면서 흰색이 등장하는데, 흰색은 모든 빛을 섞으면 흰빛이 된다고 말합니다. 또 아름다운 것은 모든 것을 합쳐놓은 것이라고 하지요.

이런 언급들을 통해 추측해본바, 저는 달은 원래 모든 것을 합쳐놓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의 메시지와 연관해보자면 모든 사람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공간이나 마음 같은 것으로요. 혹은 이전 시절, 그러니까 배나무가 생존할 수 있던 어떤 과거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소설 속 철상자에서는 나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공간인 것, 이런 현실과 대조적인 의미를 갖지 않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달처럼 우리 모두도 주변 환경에 따라 여러 색으로 쉽게 변할 수 있음을 상징하지 않나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20쪽에 심장의 색깔을 묻는 장면도, 원래 붉어야하는 우리의 심장이 실은 철처럼 검게 변했다는 것을 말하는 장면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4) 19쪽에서 화자인 나무에 불을 가둘 수 있다고요?’라고 질문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최 씨가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여러분께서는 이 대답이 무엇을 뜻한다고 여기셨는지요.

 

- 앞선 부분에서 는 함석판 조각에서 의 얼굴을 발견합니다. 그 이후 는 최 씨에게 가서 철에 얼굴이 있다고 말하면서 최 씨에게서 철 속에 불이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 뒷부분에는 철은 불을 잠재우고 있기 때문에 녹지 않고 철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와중에 는 최 씨의 마스크에도 순박한 얼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노동자의 마음에도 제련되고 있는 뜨거움, 이를테면 슬픔 혹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그래서 제목이 철의 사랑이 아닐지...) 등이 있기에 이 사회가 그래도 유지되고 있다는 식으로 읽혔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나무에 대한 대답을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기가 어렵더군요... 큼큼. 다같이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듯 싶습니다.

 

 

5) 장면 묘사가 탁월한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묘사가 어느 지점인지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 저는 5쪽의 비, 구름, 안개 등으로 묘사되는 여러 구성품들에 대한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이하는 자연물이어서, 철가루나 못, 유리가루 등의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들이 이 조선소 노동자에게는 일상이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이 부분이 소설에서 조금 톤이 다르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환상적으로 철상자 내부를 처리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아린 느낌이 들기도 해서 제게는 제일 오래 기억되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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