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20)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_ 김금희

우아한책장 2021. 1. 2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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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소개: 김금희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장편 소설경애의 마음, 중편 소설나의 사랑, 매기등이 있음. 2015년 신동엽문학상, 2015년 젊은 작가상, 2016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2017년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함.

 

2.  줄거리

 

화자인 은경은 기오성과 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기오성과 은경은 교수의 부탁을 받아 3개월짜리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곳에서 은경은 교수의 큰손녀인 강선을 만난다. 강선과 기오성 그리고 은경은 교수의 집에서 서로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은경, 기오성은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걷는다. 그 사이에 은경은 기오성의 팟캐스트에 출연하기도 한다. 엄마의 사십구재가 끝난 어느 날, 은경은 기오성에 대해 인터뷰 해달라는 말과 함께 그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3. 등장인물

 

채은경(화자) - 기오성과 함께 교수의 족보를 정리하던 아르바이트를 했음. 현재는 서울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고, 여러 차례 임용고시에서 떨어진 적이 있음.

 

기오성 은경의 대학 선배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이라크에 파병을 나간 뒤 팟캐스트를 진행했음. 그 이후로 정당에 들어가서 정치인의 행보를 밟다가 현재는 행방불명.

 

사촌 전기회사에 취직해서 다니다가 손가락 사고를 입고 지금은 사과 농장을 하는 인물. 똑 부러지고 당당하지만 실은 걱정이 많았던 사람. 고속버스를 저주하면서도 사고를 생각하면 그 저주를 취소하고야 마는, 선한 인물처럼 그려진다.

 

강선 은경이 아르바이트로 족보 정리를 도왔던 교수의 큰손녀이자 미국으로 다시 고등학교 유학 준비를 하던 인물. 은경이 신경을 많이 쓰며 강선의 당당하고 솔직하며 약간은 어린애 같은 태도를 못마땅해한다.

 

4. 감상

 

무엇인가가 발생하고 소멸했고 이제는 '꽃의 시절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온전히 열매를 위해 존재하는 풍경' 속에서 그녀는 그를 회고한다.

 

5. 문장수집

거기에는 살아 있는 개를 팔거나 슬프게는 죽은 개들을 파는 매매의 현장성, 작열하는 여름 볕에 붉게 익은 상인들과, 덜덜걸며 돌아가는 대형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는 파리끈끈이나 비닐봉지 같은 것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거리로 나와 우리는 와글와글한 인파와 소음 속에 합류했다. 삶의 뭉근한 긴장 속으로 그것은 확실히 발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날들이었다.
노교수에게서 받을 돈으로 우리가 이루게 될 미래의 어느날들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그 둘은 공통점이 없게 느껴졌고 결국 시간이 지나도 함께 묶일 수 없을 듯 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우리가 모란시장을 걷는 시간은 조금씩 길어졌고 나는 푸성귀며 고기며 생선과 화초가 뒤섞여 있는 시장 어딘가에서 자주 웃었고 사랑이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걸음이 빨랐고 소리가 높았고 표정이 다채로웠고 완전히 제어되지 않은 에너지가 있었다.
그들의 두발 아래로 물이 조금씩이라도 흐르지 않았다면 그렇게 해서 시간의 전진을 알게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꿈을 꾸고 있다고 여겼을지도 몰랐다.
꽃은 없었고 머무는 날 중 아주 추운 날에는 가지 끝에 서리가 내려 앉았다. 어느밤, 그렇게 흰 가지를 보고 있는데 바람이 불었고 어딘가에서 누가 상관없이 종이 같은 것을 태웠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소리들이 연상되었다. 기대와 상관없이 발생하고 의식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저절로 소멸했다가 다시금 떠오르던 어떤 것들이. 그렇게 해서 복기한 밤의 소리는 엄마의 투명으로 한동안 나를 쥐고 있던 죽음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슬프게도 그것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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