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17) 블랙홀_윤성희

우아한책장 2021. 1. 11. 22:42
반응형

2020 창작과 비평 여름

 

1. 작가소개: 윤성희

 

1973년 경기도 수원 출생으로 청주대 철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서른세 개의 단추가 달린 코트」가 실렸다. 2001년 「계단」이 연이어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2001』에 실렸으며, 「모자」는 『2001년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그림자들」은 『2001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수록되었다.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부메랑」으로 2011 11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이수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 『베개를 베다』, 중편소설 『첫 문장』, 장편소설 『구경꾼들』, 『상냥한 사람』, 중편소설 『첫 문장』 등이 있다.

 

2. 줄거리

 

십년 전 시골로 내려간 엄마는 마을 체육대회에서 먹을 음식에 농약을 집어넣어 살인미수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다. 오빠는 감을 밟아 넘어진 옆집 할아버지 고소 때문에, 언니는 시골에 내려가기 전 팔아버린 아파트의 재개발 때문에, 새언니는 시골집에 귀신이 붙었기 때문이라며 각자 다른 이유를 대며 그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나는 새언니로부터 시골레 내려간 오빠가 일주일 째 올라오지 않는 다는 말을 전해듣는다. 언니와 함께 시골에 내려간 나는 그곳에서 엄마가 남긴 마지막 김치를 먹으며 오빠와 언니로부터 예전에 있었던 어떤 사건들을 듣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어린 시절 엄마와 있었던 사건을 떠올린다.

 

3. 감상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의외로 떠오른 소설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였다. 자신의 내면으로 사그러져 버린 영혜와 현실과의 불안정한 균형 속에서도 일상을 이어나가려는 인혜, 그리고 자신의 내밀한 욕망을 따라 멈출 수 없이 나아가 파멸에 닿아버린 남자를 통해 한강 작가는 우리가 가진 상처와 뒤틀림이 어떠한 형태로 발현되는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윤성희 작가 역시 이런 형태의 잠재된 내적 구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마음속의 구멍은 어느날 알 수 없는 사건들(트리거)를 통해 발현되고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걷잡을 수 없이 나아가게 만든다. 즉 블랙홀은 평범함 속에 내재된 충동과 욕망, 폭력성에 대한 것이다.

 

어느날인가 내가 알 고 있던 사람의 다른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이 있고 그것이 평소의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 달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인간은 복잡한 층위로 이루어져 있고 예측불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런 섬뜩함이 드러나는 찰나의 순간을 이 소설을 잘 보여주었다.

 

이팝나무와 조팝나무가 놀랍게도 닮아 있음에도 전혀 다른 뿌리를 가진 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저 길에서 마주한 나무의 외형으로는 그것을 구별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장면은 어떤 발현된 행동(모습)과 그것의 근원적인 뿌리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소설의 마무리는 화자의 어머니가 과거부터 받아온 학대가 그녀의 삶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분노를 삭히며 살았지만 문득 이런 폭력성이 난데없이 나타나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언니의 얼굴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는 구구절을 통해 이것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임을 확인한다.

 

마음속의 어두운 심연. 블랙홀.

'책을 읽다 >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 우리의 환대_장희원  (0) 2021.01.25
(18) 오프닝 건너뛰기_은모든  (0) 2021.01.24
(16) 실버들 천만사 _ 권여선  (0) 2021.01.11
(15) 자두 도둑 _이주혜  (0) 2020.06.17
(14) 하나의 숨_ 조해진  (0) 202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