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14) 하나의 숨_ 조해진

우아한책장 2020. 5. 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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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작과비평 겨울

 

1. 작가소개: 조해진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 줄거리

 

나는 기현과 부암동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중 현장실습으로 평택에서 근무중인 학생 하나의 전화를 받는다. 기간제 교사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던 나는 하나의 푸념에 피로감을 느낀 채 '참아보라'는 대답을 남기고 통화를 끝낸다. 한달 후 공장에서의 의문의 사고로 응급수술을 받게 된 하나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하나의 어머니와 회사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함께 돌려주려고 했으나 담당자를 만나지 못한채 돌아오며 계약해지로 인해 하나의 어머니를 남겨두고 학교를 떠난다. 기현과 헤어지고 기간제교사를 그만둔 나는 출판사에서 일하며 하나가 그 여름 경험했던 고통을 곱씹는다.

 

3. 생각해볼문제

 

1) 하나의 숨은 '하나'라는 인물이 그 여름 경험했던 고통의 한숨의 의미이자 화자 본인도 기간제 교사에서 계약해지되고 밀려난 사람으로서의 공감과 시련의 다른 방식으로의 '하나의 숨'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제목이 가진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되셨나요?

 

2) 화자도 하나와 같이 학교의 계약직으로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계약해지가 되는 입장이고, 기현의 어머니 역시 열여덞살에 상경해 공장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했던 사람이나 '하나'라는 아이가 겪은 사건에 대해 '타자화'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거리를 두며, 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다른 선생님들도 적극적인 개입이나 공감 없이 그저 방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는데요. 이러한 묘사와 상황들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그런데도 다들 공장에선 일하기 싫다고 하니, 큰일은 큰일이에요. 애들은 주는데 나중엔 누가 기계를 돌리고 물건을 만들지...."

" 남의 돈 받는게 원래 쉽지 않아. 그건 남들도 다 똑같아, 하나야."

"하긴, 스스로 뛰어내린 거면, 그걸 밝혀내면 뭐가 좋아지겠어. 누구 마음이 편해지겠느냐고. 그러니 다들 쉬쉬하는 거겠지."

 

3) 소설에 대해 전반적인 감상은 어떠셨나요? 저는 조해진 작가의 유려한 문장에 감탄한 부분이 많았지만,

 

- 견디기 어려운 짐을 지고 있던 아이를 방관한 자신에 대한 부채 의식이라는 다소 전형적인 소재(공장노동자와 미혼모) - 사회의 구조적인 부조리(빈부의 대물림,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와 같은 거대담론에 대한 감상적인 접근(그아이가 경험한 세계는 19년이었고, 그 여름 바닷가에서 그녀는 자신이 짊어진 삶에 대해 혼자 견디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

- 이런 개개인의 태도를 '비정함'이라는 말로 환원하는 방식

 

해당 부분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합니다.

 

 

4. 문장수집

 

안으로 말려 있는 사람.

 

버스가 한대씩 떠날 때마다 주황빛은 금세 대합실에서 빠져나갔지만, 그 불빛이 사라진 곳이 곧 어둠의 차지는 아니었다. 이미 형광등이 켜진 채였고, 형광등 아래엔 노파의 주름과 의자와 자판기, 벽시계의 스크래치니 불에 덴 자국 같은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늙고 낡은 세계가 있었다.

 

해변의 그림자로 존재했던 시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 밤의 하나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아무것도 모르며 간절하게 모르고 싶으니까. 그러니 지금은 모든 추정은 기각되어야 한다고, 나는 온 힘을 다해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녀의 쉬운 단념에 사나워졌던 마음이 풀리는 걸 느꼈다. 그녀의 말은 모두가 공평하게 비정하다면 한 사람의 비정은 모두의 시정으로 희석된다고, 세상 어디에도 더 비정한 비정은 없다고, 그렇게 번역되어 들렸다.

 

고통이든 아련함이든 나선 모양의 궤적을 남기게 마련인 이별의 절차도 없었다.

 

바다가 아닌 강에 나타난 갈매기는 꿈과 현실 사이의 통로에서 길을 잃은 천사의 은유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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