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13) 인지공간 -김초엽

우아한책장 2020. 5.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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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젊은작가상 수상

 

1. 작가소개: 김초엽

 

 

김초엽은 대한민국의 SF 소설가이다.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생화학 석사 과정을 이수했으며, 열대 감염병을 진단하는 바이오센서를 연구했다. 대학원을 졸업할 시기였던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 중편 관내분실과 단편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기고하여 각각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했다.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출간했고, 201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2. 줄거리

 

어떤 세계에서 사람들은 인지 공간이라는 것을 통하여 공동의 기억을 교육받는다. 이 세계에서 제나와 이브는 친구다. 둘이 처음부터 친구였던 것은 아니었다. 이브는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으로 약했고 그 때문에 또래집단으로부터 배제당했다. 하지만 제나는 자신의 어머니가 이브를 챙겨주라고 말한 덕에 이브와 친해질 수 있었다. 이브는 늘 공동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인지 공간에 의구심을 품는다. 과연 공동의 기억은 완전한가. 하지만 인지 공간에서 교육받고 생활하는 제나는 그런 이브에게 반감을 갖는다. 그러다가 이브는 세 번째 달에 대한 이야기를 제나에게 한다. 모두가 기억하고 있던, 가장 작은 달인 세 번째 달을 이제는 모두가 점점 잊고 있었다. 곧 이브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했고, 그제야 제나는 이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인지 공간 외의 것들에 관심을 갖는다.

 

3. 등장인물

 

제나: 소설 속 세계에서 다수자에 속하는 인물. 태어날 때부터 덩치가 컸고 힘이 셌다. 어머니의 권유로 이브를 도와주게 되었으며 인지 공간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훗날 이브 때문에 인지 공간에서 벗어난다.

이브: 소설 속 세계에서 소수자에 속하는 인물. 어려서부터 약했으며 인지 공간에 들어갈 수 없어서 배제당했다. 늘 인지 공간에 의문을 품고 있었고, 인지 공간과 이 세계를 넘어서 우주에 가서 다양한 별들을 관찰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의문의 죽음으로 생을 일찍 마감했다. 자신만의 인지 공간인 스피어를 만들었다.

 

4. 감상

 

격자공간이 과거 누군가에 의해 선별적으로 기록되어 온 우리의 역사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지식들을 살아남았고 어떤 것들을 사라져버렸다. 이는 개별적인 인간의 삶 보다는 거시사에 초점을 맞춘 역사관과 그것을 절대적인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온 현재의 세상과 매우 닮아 있다.

 

주목한 것은 작가의 말이었는데, " 특정한 형태의 몸에 맞추어 설계된 세계가 어떤 종유의 몸을 장애화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특정 지식'인지공간'에 닿을수 없는 이브는 장애를 가진 존재가 되는 것이고, 세계가 특정 존재를 밀어내게 된다는 점이었다. '광인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광인의 역사)'라는 미셀 푸코의 말처럼 과거 우리가 만든 지식이 특정한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떻게 주변부로 밀어냈는지를 떠올리게한다. 우리가 만든 세계가 누군가를 규정짓고 장애화 하는 것과 닮아 있다.

격자공간도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공동지식)과 이 정보를 선별하고 권력화하여 특정 존재를 소외시키고 밀어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가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를 소외시키게 될 것인가에 주목한다고 생각한다.

 

 인지공간이라는 구조에 집중하다보니 인물이 다소 희생되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SF 장르에서는 구축된 세계에 집중하면서 인물의 감정선이나 특징이 묻히는 경우가 많이있는 것 같다. 또한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보니 해당 세계의 실질적인 구현에 많이 집중하게 되지만 그에 더해 그 세계가 갖는 의미도 간과 할 수 없기에 그 세계가 갖는 '철학'에 많은 가중치를 두게 되는데 다소 얻지스러운 면도 있어보였다. 빛의 속도로 갈 수없다면도... 공간적 배경이 상당히 기시감이 느껴지던 작품이라.. SF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져봐야겠다.

 

5. 문장수집

 

어차피 모든 오래된 지식은 낡아가며,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고, 기억될 가치가 없는 지식은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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