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15) 자두 도둑 _이주혜

우아한책장 2020. 6. 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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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창작과 비평 여름

 

1. 작가소개: 이주혜

 

1971년 전북 전주 출생. 서울대 영어교육과 졸업. 2016년 제19회 창비 신인소설상으로 등단.

 

소설에서처럼 실재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다음은 번역가로서의 이주혜 작가의 약력.

 

이주혜는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 후 동화를 쓰고 영어로 된 문학작품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옮기는데 관심이 많아, 아동작가로 활동하면서 번역가 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아동서, 자녀교육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양육 쇼크》, 《아빠, 딸을 이해하기 시작하다》, 《아이의 신호등》 등 다수가 있다.

 

2. 줄거리

 

나는 에드리엔 리치의 산문집을 번역을 끝마치고 역자후기를 요청 받은 후 그해 여름을 회상한다. 무덥던 여름 무학에 맨손으로 가정을 이룬 '로맨스 그레이의 현신'이라 불리던 나의 시아버지가 담도암을 진단받고 투병을 시작하게 된다. 3번째 입원 후 남편 세진과의 병간호를 이어가던 중 시아버지의 불면으로 인해 간병인 영옥을 고용하게 된다. 그런 영옥을 시아버지는 불편해하고 이후 섬망증세를 보이며 '날것'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던 중 시아버지의 여동생이 병원을 방문하던 날 시아버지는 자두를 내려놓던 영옥의 머리채를 잡고 이에 놀란 나는 아버지를 밀친다. 이 사건으로 영옥이 해고되고 시아버지의 섬망증세는 나아졌다. 이후 여름이 지나고 겨울 시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먼친척이 나를 비난하게 되고 돌이킬수 없는 마음의 앙금으로 세진과 결별하게 된다. 3월 북해도에서 나는 영옥에게 닿을지 알 수 없는 엽서를 보낸다.

 

3. 토론

 

1) 역자의 후기로서 그해 여름 겪었던 자신의 일화를 서술하는 구조를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도입과 전개가 매끄러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주인공 '나'를 번역가로 설정한 이유는? 1994년 여름 '72-1번 좌석버스' 에피소드가 갖는 의미는?

 

2) 나이차이라는 간극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비숍과 에이드리엔 리치가 나누었던 단 한번의 친밀한 대화와 그들이 겪었던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상실과 극복의 이야기를 영옥과 세진이라는 두 여성의 연대로 치환하는 소설적 설정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좇 까라. 가부장제!'라고 한번더 확인 사살하는 작가의 직접적인 주제 전달 부분은 제 경우 다소 과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들의 의견은?

 

3) 자두도둑의 의미는? 시아버지도 기순네 열려있던 자두를 훔쳐먹었고 결국 기순네 딸 숙이를 훔쳐 달아나 결혼하였음에도 은아를 태양(세진)을 가로챈 자두도둑이라고 비난하고 영옥씨가 감색양복을 훔쳤다고 도둑 취급을 함. 여러분들은 이 자두를 어떤 의미로 읽으셨나요?

 

4) 강화길의 '음복'에서도 이런 가부장제속에서의 여성들의 위치에 대해 다루었는데 해당 주제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자유로운 의견.

 

5) 중간에 영옥시와 시아버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시점 변경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읽으셨나요? 

 

6) 소설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

 

 

4. 감상

 

처음 접하는 작가라 약력과 사진을 찾는데 오래 걸렸다. 중편이라 분량이 좀 되는데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가부장제에서 밀려난 두 여성의 연대를 주인공이 번역한 산문집의 두 여성과의 관계로 연결시키며 가능성을 열어두는 결말로 끝맺게 된다. 이미 서두에서 엘리자베스 비숍과 에이드리엔 리치의 약력을 서술하며 충분히 드러난부분이었으므로 마지막 부분에서 '가부장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어도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던. 스토리 전개의 몰입감과 자두가 갖는 선명한 이미지, '여름속에서의 냉기' 같은 공감각적 심상이 잘 살아 있었다. 세상은 넓고 글을 잘쓰는 작가들이 이렇게 많구나.

 

5. 문장수집

 

이해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무작정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그 바탕에는 세진과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는 확신이 깔려 있었고요.

 

때로는 창밖의 맹렬한 무더위와 차단된 유리벽 안에서 안온하게 잠든 환자와 저만이 세상이 모르는 깊은 바닷속을 잠영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곳은 통증도 죽음의 공포도 닿지 않는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이었습니다. 아직 원망도 미움도 당도하지 않은 곳에서 우리끼리 순진하고 평온했습니다. 적어도 그 풍경에 금이 가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중 어떤 말들은 옷과 머리칼에 깊이 배어 쉽게 빠지지않는 향냄새처럼 뇌리에 진득하게 들러붙어버린다는 것도요.

 

저들은 왜 나의 애도를 방해하는가. 왜 나의 애도를 방해하는가. 왜 내 마음을 슬픔 대신 분노로 가득 채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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