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10) 음복(飮福) _ 강화길

우아한책장 2020. 5.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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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젊은작가상 대상작

 

1. 작가소개: 강화길

 

1986년 전북 전주 출생.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괜찮은 사람』, 장편소설 『다른 사람』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2017년 젊은작가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012012425

 

[2012 경향 신춘문예]소설 부문/ 강화길-방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오늘, 나는 혼자 복숭아 통조림을 먹었다. 멀리서 들려오던 사이렌 소리가...

news.khan.co.kr

 

2. 줄거리

 

는 시할아버지의 제사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례하려고 시댁을 방문했던 때를 떠올린다. 시할머니와 시부모님이 살고 있는 시댁에 시고모가 먼저 와 있었고, 시고모는 나와 남편에게 듣기 거북한 얘기들을 건넨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과는 달리 시어머니는 나와 남편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와 시고모, 시어머니 간에 묘한 긴장 관계가 조성된다. 제사 후에 치매를 앓고 있는 시할머니가 거실에 등장하고, 나는 남편이 말해주지 않았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며, 남편이 이 집의 진짜 악역임을 알게 된다.

 

* 인물과 갈등

 

인물

보여지는 모습(남편이 알았던 것)

숨겨진 갈등(내가 알게 된 것)

후궁들

후궁들의 암투

남성 위주의 사회

고모

-이혼 후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진중하고 속이 깊다.

-이 집의 악역

-‘의 남편을 싫어한다.

-할머니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 하소연하고, 짜증을 내고, 온갖 말을 다 쏟아내는 그런 사람. 그녀의 모든 걸 이해하는 사람.

이정원

-약대를 졸업하고, 원하던 대로 멋지게 살고 있다. 핑계를 대고 결혼식에 오지 않았고, 이번 제사에도 오지 않았다.

-재수를 할 때 고모와 고모부가 이혼을 해 힘들어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할머니에게 인정받지 못함.

(, 너 정원이 재수시키지 마라. 주제를 알아야지. 지가 무슨 약대를 간다고.)

시할아버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입맛이 변했고, 고기와 빵을 좋아하고, 용돈을 많이 주었다.

-베트남에 가서 가족들을 마음 졸이게 했고, 돌아온 후에는 가족들을 괴롭혔다.

(부디 제발, 이제는 꺼져버렸으면 좋겠는데, 되풀이되는 기억 속에서 귀신처럼 들러붙어 계속 나타나는 사람. 돌아왔지만 돌아오지 않은 사람.)

-‘의 남편과 닮았다.

시어머니

-시할머니와 시할아버지의 제사를 열심히 챙긴다.

(나에게 엄마는 영원한 미스터리일 거야.”)

-시할아버지의 제사를 꼭 챙기면서 의 남편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았다.

-고모로부터 나와 남편을 보호하려 한다(비밀을 지키려 한다.).

-시할머니를 모시고 살며 제사를 열심히 챙기는 조건으로 의 남편의 삶에 시아버지가 어떤 상관도 하지 않기로 시아버지와 약속했다.(그리고 그 내용을 며느리인 내게만 말해주기로 약속했다는 것. 정우는 다 모르게 해줘.”)

시할머니

-치매를 앓고 있다. 드라마와 현실을 헷갈린다.

-시할아버지를 미워한다.

나의 엄마

-외삼촌과 4년간 절연했었다.

-집의 악역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

(대학교를 갈 수 없게 했고, 결혼식에 돈을 보태주지 않았고, 사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 사위가 보증 빚을 졌을 때 매일 전화를 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속상한 일이 있으면 외삼촌이 아닌 엄마를 찾아 마음을 풀었다.

(네가 아니면 누가 나를 이해해주니. 네가 나를 이해해줘야지. 그리고 다시 전화를 해서 말했다. 너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래? 너 때문에 내가 잠이 안 와.)

 

-남편에게 네가 진짜 악역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딸이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부디 너를 위해 이것만큼은 내가 진짜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래. 그래서 나는 그날 대답했던 거야. 이것이 너의 드라마. 복이 되길 바라며.)

3. 감상

 

음복(飮福):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제사에 쓴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가부장제의 이면을 들여다 보게 되는 소설 음복. 제사라는 가족 행사에서  벌어지는 여자들만의 암투와 신경전은 결국 가부장제의 희생자로서의 '여성'이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재조명된다. 음복이라는 행위,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는 가족 행사의 이면의 폭력성과 계급의 문제, 그리고 그것을 모르는 남편이라는 설정은 스릴러 같은 섬뜩함을 준다. 그저 감탄이 나온다는 말밖에. 주제도 소재도 전개도 구성도 나무랄데 없는 수작이었다.

 

4. 문장수집

 

너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네가 나를 이해해줘야지. 네가 아니면 누가 나를 이해해줘.

 

나는 그의 얼굴에서 걱정이 잠잠해지는 것을 보았다. 서서히, 고요하게, 모든 그늘이 완전히 ....... 사라져버리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