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44) 초승달(月牙兒)_라오서

우아한책장 2022. 8. 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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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소개: 라오서 (老舍, 1899년 2월 3일 ~ 1966년 8월 24일)

 

 만주족 정홍기 가정 출신으로, 1899년 청나라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성장한 라오서는 1918년 베이징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를 역임하였으며, 1924년부터 1930년까지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런던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던 중 우연히 서양 문학을 접하면서 소설 창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1931년 중국으로 돌아 와 칭다오에서 교사 생활을 이어가다가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1936년 라오서의 대표작이라고 평가받는 소설 <낙타상자>(駱駝祥子)를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베이징에 사는 가난한 인력거꾼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것으로 하층 서민의 애환과 어두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를 통해 비판적 리얼리즘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7년 중일 전쟁이 발발하자, 라오서는 우한에 있던 중화전국문예계항적협회(中華全國文藝界抗敵協會)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소속 작가들에게 애국과 항일에 도움이 되는 문학작품을 창작하도록 격려했다.

 

 1949년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울 무렵 라오서는 희곡 창작에 매진하여 1957년 중국 현대 희곡의 대표작인 찻집을 발표하여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그는 단편이나 설화의 평가, 창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러나 1966년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자 라오서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지게 되었다. 823, 마오쩌둥을 추종하며 많은 지식인, 예술가들을 핍박하였던 홍위병들이 병원을 다녀오며 사무실에 잠깐 들렀던 라오서를 발견하고 그를 생포하였다. 홍위병들은 라오서를 '1의 반동적인 학술 권위자'라고 비판하며 공자 사원 계단 앞에서 머리를 강제로 밀고 먹물로 얼굴을 칠한 뒤 쇠버클이 달린 혁대로 심한 구타와 조리돌림, 모욕을 가하였다. 결국 라오서는 홍위병에게 수모를 당하고 반동혐의에 관한 경찰조사를 받으라는 진언을 받은 뒤, 다음 날 밤 베이징의 타이핑 호수 근처에서 의문사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2. 작품의 평가

 

<月牙兒>1935년에 창작된 라오서의 대표적인 중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남성중심의 봉건사회에서 남편을 잃은 여인과 그 딸이 살아남기 위하여 걸어야만 했던 비극적인 삶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제국주의 침략과 청나라의 무능으로 인해 정치적인 변혁을 요구하면서 근대문학의 사상적 기반이 형성되었고, 당시 지식인들은 사회계몽과 중국 전반에 만연한 봉건적 몽매함을 없애고자 끊임없이 대중을 일깨우는 개혁을 시도하였다. 특히 54신문화운동은 과학과 민주를 사상적 기반으로 하여 일체의 봉건적 사상과 문화를 비판하였다. 이러한 운동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김경석, 중국현대문학사, 학고방, 2016, 23. 하지만 그렇게 근대의식이 자리 잡고 있던 시기임에도 봉건적인 가치관이 여전히 뿌리 깊게 존재했던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극히 제한되었다.

 

특히 빈민층 여성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비극적 운명을 겪어야만 했던 것은 근대의식을 좀 더 일찍 받아들인 도시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라오서는 엄마와 딸이 2세대에 걸쳐 매춘부의 고통스럽고 치욕스런 삶을 주인공이 1인칭 관점을 통해 삶의 과정과 심리적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여성을 비인간적으로 보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매춘의 문제를 여성 문제적 관점에 기반하여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형상화한 작품은 바로 <月牙兒>라고 할 수 있다.

 

출처: 老舍 <月牙兒>에 나타난 여성의 비극적 운명에 관한 小考 - 학지사ㆍ교보문고 스콜라 (kyobobook.co.kr)

 

老舍 <月牙兒>에 나타난 여성의 비극적 운명에 관한 小考 - 학지사ㆍ교보문고 스콜라

老舍 <月牙兒>에 나타난 여성의 비극적 운명에 관한 小考 의 이용 수, 등재여부, 발행기관, 저자, 초록, 목차, 참고문헌 등 논문에 관한 다양한 정보 및 관련논문 목록과 논문의 분야별 BEST, NEW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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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상평

 

 초승달은 그녀의 인생의 굴곡이 있을 때마다 그녀와 함께 했다. 소설의 첫 도입부‘ 다시 초승달을 보게 되었구나“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볼 때 그녀가 감옥에서 그녀의 인생을 회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초승달은 그런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으며 자연물인 초승달의 묘사를 통해 그녀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19에서 ”이 초승달은 희망의 시작이라고 나는 생각했다.”와 21에서 “나는 초승달을 잃어버렸고 내 자신도 잃어버렸으며, 엄마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를 통해 초승달이 그녀의 동심과 희망, 안식처, 순수(육체적으로든 정식적으로든)로 해석될 수 있어 보인다. 그녀가 초승달을 잃어버리게 된 후로 그녀는 창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며 이야기에서 초승달에 대한 언급은 사라진다. 그리고 감옥으로 와서 모든 회한을 내려놓은 때 그녀는 다시 초승달을 보게 되고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 소설에는 어떤 누구의 이름도 등장하지 않다. 심지어 주인공의 이름조차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익명성은 어쩌면 특정한 한 개인의 인간사인 동시에 개화기 시대의 빈민여성의 이야기라는 보편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 또한 ‘나’를 제외한 모든 인물에 인격을 부여하지 않고 주변화(배경화) 시킴으로써 오직 ‘나’의 생각과 심리 변화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그녀(도자기를 닮은 여인)는 시부모도 친정부모도 있지만 자유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도 간섭하는 이 없는 나를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다 있다니 정말 웃고 싶었다! 나는 자유가 있다. 웃기는 소리! 그녀는 끼니 걱정이 없고, 나는 자유가 있다. 그녀는 자유가 없고, 나는 끼니를 굶는다. 그녀와 나, 우리는 모두 여자이다.”

 해당 구절을 통해 라오서는 결혼을 끼니를 해결하고 사랑이라는 환상을 통해 경제적 이권을 장악하는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결혼은 합법적 매춘이다’라는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의 말을 떠올리게 했고 역설적으로  ‘초기페미니즘’적 정서를 엿보게 했다.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경제적, 성적 종속을 보고 결혼을 '합법적 매춘'이라고 비판했고 시몬느 드 보봐르는 결혼이 여성을 노예화한다고 봤다. 여자들이 결혼으로부터 얻는 것은 "야망과 정열이 없는 번지르르한 평범함, 무한히 반복되는 목적 없는 나날들, 삶의 목적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일 없이 죽음을 향해 부드럽게 흘러가는 인생살이"일 뿐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결혼제도를 거부했다.

 화자를 ‘나’라는 1인칭 시점을 사용함으로써 나를 둘러싼 세계를 점차 알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었고 주인공의 심리가 변화하는 과정을 잘 묘사해 냈다. 또한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 형태의 구조를 몰입감있게 이야기를 전달하여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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