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40) 이름없는 몸_천선란

우아한책장 2022. 7. 31. 05:11
반응형

1. 작가소개: 천선란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부문 대상 수상. 2020년 제7SF어워드 장편소설부문 우수상 수상. 현재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소속이며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 [천개의 파랑], [나인] 등이 있다.

 

2. 줄거리

 

자매같이 자란 친구의 죽음 이후 고향을 등지고 서울에 살던 는 엄마의 부고를 듣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간다.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려 고향 집으로 간 그곳에서 이름 없는 몸이 되어버린 마을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직접 묻었던 친구마저 발견하게 된다.

 

3.  감상평

 

서울로 도망치듯 상경했지만 이곳에 온전히 속하지 못하던 주인공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고향을 방문하면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친구와 함께 그 마을을 무너뜨리자는 계획은 본의 아니게 현실이 되었고, 과거 자신의 일부였던 친구를 자기 손으로 다시 보내면서 과거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청산이 진짜로 마을을 몰살하는 설정이라는 것이 기발함.

 

'이름없는 몸'은 소설에서 경찰들이 친구의 아버지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아내와 친구를 애엄마, 애들이라는 식으로 폄하해서 칭하는 장면, 그리고 어머니가 한국으로 왔을 때 이름을 가졌지만 불린적이 없었던 것로 유추할 때 존중받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네 엄마의 이름만 제대로 불러줬어도 네 엄마는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만 왔더라도.'

그리고 보내기전에 친구의 이름을 불러주고 이름을 되돌려 줌으로써 과거를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몬가를 끓이고 삶아 먹는다는 설정이 섬뜩하지만 공포감을 만들어내는데 좋은 장치였던 것  같다. 천천히 고아서 먹을 때 그 냄새가 끈적이는 질감 같은 것들이 소설적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공간 설정이나 그 마을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둡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잘 살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