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42) 대성당_레이먼드카버

우아한책장 2022. 8. 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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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소개: 레이먼드 카버 (Raymond Carver, 1938~1988)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 1980년대에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했으며,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과 미니멀리즘의 대가’, ‘체호프 정신을 계승한 작가로 불린다. 1938525일 오리건 주 클래츠케이니에서 태어나 198882일 워싱턴 주 포트 앤젤레스에서 폐암으로 사망했다. 1979년에 구겐하임 기금의 수혜자로 선정되었으며, 1983년 밀드레드 앤 해럴드 스트로스 리빙 어워드를 수상했다. 1988년에는 전미 예술 문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하트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에세이, 단편, 시를 모은 작품집 열정, 시집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 『밤에 연어가 움직인다』 『울트라마린』 『폭포로 가는 새 길등을 펴냈다.

 

2. 줄거리

 

화자의 아내에겐 로버트라는 맹인 친구가 있다. 어느 날 로버트가 이들 부부 집에 하룻밤 묵게 되고, 화자는 밤에 로버트와 함께 TV를 보다 눈을 감고 서로 손을 붙잡은 채 TV 화면에 나오는 대성당을 그리기 시작한다.

 

3. 감상평

 

 작중 화자는 아내의 장님친구 '로버트'에 대해 아내와 그 사이에 있는 강한 유대감과 장님이라는 외형적 이유로 거부감을 느낀다. 로버트의 아내 이름을 듣고 '니그로(유색인종) 아니야?'라고 반응하거나, '장님이 수염이라니.' '장님은 모두 검은 선그라스를 끼는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그는 장애인을 향한 일반인의 시선일 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화자의 앞에서 로버트는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고, 식사를 하는 등 일반인과 다름없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화자의 편협한 시야와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화자의 삶에 대한 태도 변화는 의외로 화자와 로버트 간의 차이를 깨닫는 시점에서 찾아온다. 화자는 TV프로그램에 나오는 대성당을 로버트에게 설명하게 되는데, 사물을 눈으로 인식해 시각이 보여주는 대로만 볼 뿐인 화자는 '대성당'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아주 높습니다."로 시작한 그의 설명은 '버팀도리, 고가다리, 악마조각'등 시각적 표현으로만 한정된다. 그러다 눈을 감고(시각-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차단하고) 마음속에 그려진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며 로버트와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된 화자는 비로소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에서 재미있는 설정은 아이러니였다. 실재로 화자는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지만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아내의 말을 항상 건성으로 넘기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맹인에게도 갈 때와 올 때 풍광을 보기 위해 앉았던 기차의 위치를 묻는다. 하지만 맹인은 많은 것을 수 있다. 그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그만의 감각으로 이루어진다. 화자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의 손을 꽉 쥐더니 어쩐지 전에 이미 본 사람 같구먼이라고 말한다. 또한 대성당에 대해서도 내겐 귀가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세상을 보는방식은 다채로우며 눈을 통해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오히려 많은 것을 볼 수 있음을 맹인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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