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6) 소유의 문법_최윤

우아한책장 2020. 4. 2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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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2020년 봄

 

1. 작가소개: 최 윤

 

아름다운 문체로 사회와 역사, 이데올로기 등 이성적이고 관념적인 주제를 다룬 소설을 쓰는 소설가 겸 번역가. 1953년서울에서 출생하였고, 본명은 최현무이다. 1966년 경기여중과 1969년 경기여고를 거쳐 1972년 서강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하여 교지 편집을 했으며, 1976년 서강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 입학하였다. 1978년 첫 평론 「소설의 의미구조분석」을 『문학사상』에 발표하고, 이후 5년간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의 프로방스대학교에서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1983년 귀국하여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되었다. 1988년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다룬 중편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문학과 사회』에 발표하면서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사회와 역사, 이데올로기 등 이성적이고 관념적인 주제를 다룬다. 『벙어리 창()』(1989) 『아버지 감시』(1990) 『속삭임, 속삭임』(1993) 등은 이데올로기의 화해를,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1988) 『회색 눈사람』(1992)은 시대적 아픔을, 『한여름 낮의 꿈』(1989) 『너는 더 이상 너가 아니다』(1991) 『푸른 기차』(1994) 『하나코는 없다』(1994) 등은 관념적인 삶의 의미를 다룬 작품으로서 그의 소설은 다분히 관념과 지성으로 절제되어 남성적인 무게를 지닌 작가로 평가된다.

 

2. 줄거리

 

의자를 만들며 생계를 유지하는 화자는 어느날 대학 은사에게서 자신이 소유한 산 속 집에 잠시 들어와 살며 집을 관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마침 자폐를 가진 딸 동아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빈번히 고함을 내지르는 터에 도시에서의 삶이 힘들었던 화자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다. 아름다운 계속을 따라 산 밑에 바짝 지어진 집들엔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화자는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며 마을이 운영되는 원리를 터득해 나간다. 그러던 중 은사를 모함하고 그의 집을 헐값에 양도하라는 요청에 동참할 것을 권유받는다. 이를 거절한 화자는 주민과 사이가 멀어지고 두번째로 맞은 여름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밑 마을은 무너져 내린다. 목공장인으로 작은 명성을 얻은 화자는 '소유의 문법'이라는 에세이를 기고한다.

 

3. 의견 및 감상

 

우선 단정하고 정제되고 관록이 묻어나는 문장에 놀랐다. '하나코는 없다'라는 작품은 알고 있었지만 최윤작가님의 소설이라는 것을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매치할 수 있었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일어나는 탐욕과 욕망, 소유의 한계를 동아라는 자폐아와 소유 불가능한 자연의 불가항력성을 통해 보여주었다. 문장이 수려하고 소설적 복선과 암시, 사건의 전개와 공간적 구성 등이 거의 'OLD FASHIONED'할 정도로 정석을 따랐다고 생각했다.

 

-일인칭 화자로서 관찰자의 관점을 유지하는 소설의 서술은 작은 마을의 표면적인 아름다움 밑에 숨겨진 욕망과 부도덕을 알아가는 과정을 표현할때 적절하게 활용되었다.

 

- 이 계곡을 가진 작은 마을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곳이면서 밀폐되고 고립되어 한정된 관계를 맺게 되는 곳이다. 공동체로부터의 '동조거부'는 이 작은 사회에서의 고립을 의미하게 돤다. 소설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작은 마을이기에 서로 연대하고, 이해관계에 의해 부조리함을 동조하며, 고립되지 않기 위해 묵인한다. 이는 이러한 한정된 공간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고독과 미에 대한 무지와 욕망과 질투가 뒤섞여 빚어낸 소유의 불행'을 드러내는데 적합했던 것 같다.

 

- 이곳에서 '아름다움'은 인간의 무지와 욕망을 되돌아보게하는 '소유불가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산밑마을의 집들은 산에 기이할 정도로 바짝 붙여 지어졌으며 자연을 좀 더 소유(?)하고 즐기기 위해 구조적 결함을 알면서도 이해관계(이장의 지인)에 의해 통유리 창으로 개조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동조한다. 그러나 동아에게 이러한 '아름다움'을 그저 관찰하고 바라보고 소유하지 않는 동아에게는 내면적 치유의 장소이자 성장의 공간이 된다. 이것을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두가지의 형태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동아는 인물은 자폐로 자신의 내면에 몰두하는 인물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유와 행복, 불행이라는 문법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고 그렇기에 아름다움에 대한 좀더 본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한다.

 

-이런 자연적 재해(폭우)는 '징벌적인' 느낌도 있지만 덧없다의 '무소유'의 느낌에 가까웠다는 생각도 든다. 은사님에 대한 은혜를 저버리면서도 소유하고자 했던(심지어 집도 개조함) 데니얼, 통유리문으로 시즌마다 집을 수리하던 마을 사람들, 그 속에서 존재하는 암묵적 이해관계와 사건들은 모두 그저 한번의 폭풍으로 결국 사라져버렸다.

 

4. 문장수집

 

우리의 인생에는 불행한 일만 지속적으로 닥치지는 않기에, 위로도받게 되고 덕분에 삶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을 정도로 계속된다. 그러나 세상이 보는 불행이 실제로도 불행한 것일까.

 

그러나 모든 선물이 다 행복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 

 

고독과 미에 대한 무지와 욕망과 질투가 뒤섞여 빚어낸 '소유의 불행한 문법'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