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4) 그만두는 사람들 - 임솔아

우아한책장 2020. 4.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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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2020 봄

 

1. 작가소개: 임솔아

 

소설가, 시인. 1987년 대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 2015년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17년 제35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최선의 삶」 등.

 

2. 줄거리

 

나는 대학시절 조별모임에서 알게 된 혜리에게 은돌수산시장에 있는 뭉치를 찾아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박오일 여행을 떠났으나 두달째 머무르고 있다. 스웨덴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혜리는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다 고립되었다. 혜리가 자신이 겪은 부당함과 모욕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먼곳에 있는 나뿐이다. 나는 문단 내의 부당한 일에 목소리를 내다 외면받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글이 아닌 다른 일로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각자의 세계에 고립된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외로운 시간을 견뎌낸다. 나는 자신이 겪은 모든 이야기를 혜리에게 해줘야 겠다고 생각한다. 

 

3. 감상

 

인종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혜리와 문단권력에 저항하다 배척된 나는 모두 속한 집단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그들은 속한 집단의 부조리에 동조하지 못하나 저항할수록 배척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진실한 목소리를 낼 수 없기에 '한번 조별수업을 같이 들었던' 타국의 타인에게 독백처럼 그들의 진심을 드러낸다.

 

이렇게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야 하는가, 떠나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나는 다시 찾은 재연의 전시회에서 "얼음의 언저리를 걷는 연습"의 전시제목을 보며 소속과 고립감의 아슬한 경계에 자기 발을 내려놓는 그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럼에도 결국은 지속하든 떠나가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깨닫는다.

 

그러나 일을 그만두고 떠나가는 동료들이 한명씩 늘어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이 문자 그대로의 진심이라는 것을. 일을 지속하든 떠나가든, 살아있어야 된다는 그말이 정말로 그저 살아 있어야 된다라는 뜻임을.

 

 "...뿌리까지 태워야 박멸 가능. 잠복기간인 나무를 선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결국 모두 죽여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사비나의 일기를 생각하며  나는 그녀가 어떻게 소나무 숲을 어떻게 지켜냈는지 궁금해 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잘라내고 태워던 것일까. 죽일 나무와 살릴 나무를 어떻게 선별했을까. 사비나는 스스로를 떠난 자라고 여겼을까, 아니면 남은 자라고 여겼을까."

 

무리에서 이탈한 노루는 적을 피해 육지를 돌고 돌다 깊은 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무인도에 정착한다. 눈을 피해 조용히 자신의 새로운 무인도를 찾아 떠난 노루를 생각하며 나는 한번더 바다를 건너는 노루를 보기 위해 매일 창가에 서서 기다리는 나는 이러한 일탈로부터 살아남을 그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