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단편소설

(3) 유명한 정희 - 이장욱

우아한책장 2020. 4. 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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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2020봄

 

1. 작가소개: 이장욱

 

1968년생.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 2008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서 비평을 가르쳤으며, 2014년 3월부터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고 있음. 2005년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함. 소설집 『고백의 제왕』,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장편소설 『킬로의 유쾌한 악마들』, 『천국보다 낯선』 등이 있음.

 

2. 줄거리

 

화자(옛 이름 정희)는 초등학교 때 친구였던 정희와 중학교에 올라와서 멀어졌다. 정희와 는 어릴 때 고무 물통에 머리를 박기를 좋아했던 친구였다. ‘는 자라서 정신과 의사가 되고 정희는 군인이 된다. 이후 정희는 군인을 관두고 군무원이 되었다가 군 납품 업체, 프렌차이즈사장, 부동산 갑부 등이 되고 그 이후 의 병원에 찾아온다. 그리고 곧 분신자살을 한다. 화자는 과거 정희로부터 멀어지기전 가졌던 살의를 반추한다.

 

3. 등장인물

 

- 화자: 정희의 집에 세 살았던 인물로 정희에게 묘한 두려움과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껴 멀어진다. 그 후 예술에 탐닉하다가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의사로서 살면서 인생의 어떤 노선이 있다고 느끼고 결혼을 했지만 결국 이혼한다. 그 이후 약을 먹으면서 살아가고, 살이 쪄서 거구의 인물이 된다.

 

- 정희: ‘가 살던 주택의 주인집 막내아들로 초등학교 때 고무 물통에 머리를 박는 것을 좋아했다. 그 이유는 바로 머리를 박고 묵념을 하면 외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희는 어릴 때부터 카드 섹션을 하며 희열을 느꼈다. 커서 그는 군대에 가 대열을 맞춰 행진할 때도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시집을 읽고 울고, 군대에서 벗어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역시 한국 사회에서 정해진 노선에 걸맞는 삶을 살고, 종교에 빠지고 보수적인 정치를 주장하다가 분신자살을 하고 만다.

 

-정희의 조카: 정희의 조카지만 동갑내기다. 나중에 정희 덕분에 부동산으로 꽤 큰 이익을 얻었다. 정희의 소식을 전해주는 화자의 대학친구.

 

4. 감상

 

1. 이 소설의 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복화술사에서 보여준 이장욱 작가의 이야기 전개능력과 필력은 놀라웠다. 정희라는 이름으로부터 시작된 두 주인공의  욕망이 일대기에 걸쳐 어떻게 발현되고 소멸되었는지에 대해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편입하여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나갔던 곽정희와 수동적으로 편입하여 자신의 욕망을 억누른채 병들어가던 화자 모두 이러한 시대에서 생존하고 살아남았던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 고무 물통에 머리를 박고, 묵념하는 행위의 의미는?

 

"묵념이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고 추모하는 행위라는 걸."이라는 말하고 이 소설에 묵념은 또다른 자아의 죽음에 대한 애도로 읽히며 고무물통에 머리는 박는 것은 온전한 내면적 사색의 행위.

 

"깊은 웅덩이에 빠진 채 한치도 움직이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여전히 물속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기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잔물결들이 보이고 빨간 물통 바닥이 보이는 곳에서 살아온 것인지도.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바닥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멀고 깊은 바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불안한 목소리, 흔들리는 목소리, 이해할 수없는 목소리. 무서운 목소리. 여러분.... 여러분... 묵념을 합시다... 묵념을 합시다. 여러분"

 

3. 가 명명한 내 안의 물속은 무엇일까?

 

인간 본연의 파괴적 욕망고 쾌락

 

4. ‘정희가 분신한 이유는?

 

"인간은 쾌락원칙에 지배된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의 조건을 감안하여 적절하게 수위를 조절하게되는데, 그 조절이언제나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정한 선을넘어서면 더이상은 쾌락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것에 사람이 사로잡혀 버린다... 그것에 사로잡히고 나면 멈출 수없게 되고 멈출 수 없게 되면 미친 듯이 끌여가고 그렇게 끌려가다가 종국에는 죽음에 이른다..."는 프로이트의 「쾌락의 원칙을 넘어서」의 인용처럼 종교, 사랑, 이데올로기에 매료되어 을 넘은 정희는 죽음에 이른 것이다.

 

5. 제목의 의미와 인물의 이름을 정희라고 지은 이유는?

 

과거 같은 집의 다른 층에 살았고, 이름도 같았으며 거울 같이 닮았던 그들은 하나의 자아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과거 정희라는 이름을 가졌던 화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이름을 바꾸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 이름은 이런  설정을 위한 장치로 보여졌다.

 

6. 결말에서 말하는 '살의'와 결말의 의미는?

 

이데올로기, 사랑, 돈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질주했던 정희와 현실과 타협하며 파괴적 욕망에 대해 항정신성 제제를 투약하고 소극적인 저항을 이어나갔던 화자는 정희와의 결별 후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과거 정희에게서 느꼈던 살의는 내 안의 욕망에 대한 공포와 적의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