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다/식충식물을 키우다

식충식물 - 마이너한 취미일까?

초밥좋아요 2022. 7. 1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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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 - 2000년대 초반까지 나는 고등학생 - 삼수 입시생 - 대학 새내기를 거치던 시절에 내가 가진 취미는 식충식물이었다. 그당시에도 매니아들은 존재했고, 인터넷 쇼핑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몇가지 종이 있었다. 그 종은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카펜시스의 경우 과거에는 카펜시스 티피컬, 알바, 레드, 3종을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티피컬만 인터넷 쇼핑몰에 남았고 파리지옥도 다양한 종류를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파리지옥 티피컬 정도만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은 많이 저렴해졌고 카펜시스나 파리지옥 경우 대형마트에서 판매할 정도로 많은 대중화가 되었다. (제대로 잘 키우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000년대 초 이후 가세가 기울고, 바쁜 대학생활에 수업을 마치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하루하루 생계걱정을 해야했던 시기였는데(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거의 20년 만에 내가 과거에 가장 좋아했던 취미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을 앞두고 예쁜 여자친구와 같이 살 신혼집의 배란다를 정원(?)으로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다행이 여자친구도 식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취미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식테크 열풍도 있고 인테리어를 위해 화분을 키우는 사람도 늘어났지만 식충식물은 예전이나 현재나 매니아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진 않은것 같다. 대신에 과거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종들을 여러 농장을 통해 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농장마다 특징도 명확한 것 같다. 

 

1. 그린샤크

 

과거 강동쪽에 있던 식충식물농장을 자주 놀러갔던 기억이있다. 현재는 경기광주로 이주한 모양이고 그린샤크라는 이름으로 운영중에 있다. 홈페이지도 있으며 식물을 구매할 수 있지만 식물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아 좀 아쉽긴 하다. 식충식물 대다수가 농작물처럼 빨리 자라는 것들이 아니라 성장시키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갠적으로 네펜데스를 가장 좋아하는데 아마 많은 식충 매니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종이 아닐까 싶다. 잘 키우면 일반 식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포충낭에 생기는 패턴이 굉장히 멋진 종류도 많기에 잘만 키우면 만족감이 매우 높은 종이 아닐까 한다.

 

2. 예진식물원

 

강원도 고성에 있는 예진식물원이 국내 네펜데스 매니아들의 식물 공급처 정도 될 거 같다. 매년 수십종의 네펜데스를 수입하여 분양하고 있다. 그때에 최대한 줍줍해야하는데 초보자들이라면 하이브리드 개채를 사는게 좋다. 원종의 경우 환경을 굉장히 심하게 타는 경우가 있기에, 키우기 쉬우면서 화려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쪽이 가격적인 매리트와 환경의 적응력이 뛰어날 수 있다. 

 

3. 해마루농원

 

그 밖에 희귀식충식물만을 전문적으로 분양하는 식충식물마트가 있고,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해마루농원이 있다. 해마루농원은 끈끈이류를 메인으로 삼는데 다소 희귀종인 세팔로투스와 헬리암포라도 취급하고 있다. 식물의 상태와 꼼꼼한 포장으로 무조건 믿고살만한 쇼핑몰이다. 그리고 엑스플렌트에 입점해있는 식충식물 업체가 있는데, 끈끈이 주걱의 종류는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으나 관리상태가 엉망인 경우가 많아 구입했을때 식물의 상태가 복불복이다. 반쯤 죽어서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상당한 오랜 시간을 두고 살려내야한다.

 

4. 리얼큐티파이

 

그리고 리얼큐티파이라는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농장 쇼핑몰이 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농장인거 같은데, 식충식물을 재배하는데 고급 옵션같은 요소인 생수태(스페그넘모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 곳에서 스페그넘모스 레드도 취급하는데 거의 항상 품절생태에 있다. 레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최근에 가격도 많이 올랐다. 현재 나도 재배중이긴 한데 외부 방출할 생각은 없다. 

리얼큐티파이에서 분양받은 벌레잡이제비꽃 야네스
햇반 그릇에서 키우고 있는 아그나타

대다수 식충식물들은 온도, 습도, 빛만 일정하면 매우 잘 자란다. 70%의 습도, 20-30도 정도의 기온, 풍부한 광량 정도 이다. 일반 아파트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온실과 LED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고산종 식물들은 환경을 맞추기 까다로운 경우가 있어 냉실을 마련해주어야 하며, 돈을 들여 장비를 구입해야한다. 개인적으로 고산종 식물 전용 냉실을 개발해보고 싶기도하다. 

 

아무튼 아직까지 살짝 마이너한 느낌의 취미라는 생각은 있지만 그래도 내가 이것들을 키우면서 행복을 느끼고 즐거우니 더 열심히 일해 돈을 더 많이 벌어 식물을 더 많이 사야겠단 생각을 하기도 한다. ㅎ ㅎㅎㅎ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키운 식물을 분양해 일정 수입도 기대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