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다/사용해보다

핑크색에 이끌려 구매해버린 사카겐 꽃가위

초밥좋아요 2022. 7. 12. 23:03

사카겐 전지가위

과천화훼상가에 있는 화훼 부자재를 취급하는 곳에 들어섰다가(이제 화훼에 입문한 초보)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에 예쁜 꽃가위가 있었다. 가격표도 안붙어있고, 가격을 물어보기도 귀찮아 일단 장바구니에 넣었다. 정확히 '전지가위가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어?'라는 생각이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빨간색 손잡이의 스프링달린 가위보단 비싸겠거니 정도였다. 

 

이것저것 살만한 물건을 담고 계산하니 10만원 정도를 결제하였는데, 물건을 충분히 많이 구입했으니 그정도 나왔겠거니 했다. 집에 도착해 기분좋게 물건을 하나씩 뜯어보고, 구매한 물품에 대한 가계부를 작성하는데...

 

뚜둥!!

 

 아.... 아니.... 가위 하나에 23000원???!!!! 아 너무 놀랐다. 평소 가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물건을 사는 습관이 좀 있는데 그 덕에 가위하나를 23000원이나 주고 사게 되었다. 가위에 금칠을 해놨는지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시작하였고 조금 찾아보니 원예쪽에서는 알아주는 장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꽃꽂이도 장비빨이라는 건가? 나는 그림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 그림을 그릴때에도 장비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 나의 관점으로 사카겐 꽃가위는 비싸지만 돈값을 하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어 환불하지 않고 일단 포장을 뜯어보기로 했다. 

 

내 거칠고 투박한 상남자의 손에도 예쁜 핑크색이 정말 마음에 든다. 비싼놈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그립감도 매우 좋게 느껴진다. 손가락에 느껴지는 가위의 질감이 부들부들하고 어디 모난곳 없이 손에 착 감긴다. 나도 평소 그림을 그리며 손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 손끝의 감각이 상당히 예민한 편인데 일단 그립감은 합격이다. 아니 합격일 것이다. 합격이어야만 한다. 23000원짜리 가위인데 합격이어야만하지. 암 그렇고 말고

 

사실 꽃가위라면 리뷰를 작성할 내용은 손의 그립감과 얼마나 잘 잘리는지에 대한 가위의 성능 정도 밖에 없을 거 같다. 일단 디자인에 반해서 산거니(엄밀히 핑쿠에...) 디자인에 관한 개인적 감상은 잠시 넣어두고 내가 잡초처럼 키우는 식물의 잎 하나를 잘라 봤다. 

드로세라 아델라

 이 잡초의 이름은 드로세라 아델라Drosera Adelae 라고 하는 식충식물 끈끈이주걱류에 속하는 놈이다. 원산지는 호주로 밝은 빛과 따듯한 온도, 높은 습도에서 잘 자란다. 이파리가 매가리 없이 축 늘어저있어 어딘가 모르게 연약할거 같지만 생각보다는 질긴 느낌이 있다. 테스트겸 건강한 잎을 하나 잘라봤는데(잘라서 잎꽂이로 번식가능) 손끝에 잘리는 감촉도 없이 매우 깔끔하고 날카롭게 잘려나갔다. 아주 깔끔하게 잘린 잎의 단면 사진을 촬영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부드럽게 잘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한번 더 시도하기로 했다. 

 

유목 나뭇가지를 한번 잘라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부드럽게 잘렸고, 잘린 나무의 단면역시 날카로운 칼로 베어 자른 것 처럼 매우 깔끔하게 잘린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단면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이 뭔가 아주 굉장히 흡족했다. 역시 장비빨이 중요하다. 고로 23000원이라는 비싼 값은 예쁜 외모와 훌륭한 성능으로 나름 만족하며 계속 사용하고 있다. 매달 용돈을 모아 사카겐 핑크라인을 모두 구입해야겠다.